현상소

BGM. Peder Elias - Home 오합지졸 금방 몸이 식었다. 뜨겁던 뺨이 차갑게 변하는 건 찰나였다. 감격의 재회는 끝나셨는지요. 채근하지 않고 관망하던 나재민이 운을 텄다. 어 안녕. 뒤늦게 나재민을 본 이민형이 머쓱하게 인사했다. 참 빨리도 인사하네.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. 이민형이 여전히 갖다댄 손을 떼지 않고 웅크린 몸을 일으켰다. 때맞춰...

BGM. James Arthur - A Thousand Years 오합지졸 안이 조용했다.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만큼. 짐작한 것보다 훨씬 적막함에 입 안 여린 살을 깨물었다. 지잉. 부자연스러운 기계음에 고개를 쳐들었다. 천장 구석에 달린 씨씨티비가 얼굴을 비췄다.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. 왔군. 구석에서 퀴퀴한 음성이 예고 없이 튀어나왔다. 본능적으로...

BGM. Lily Chou-Chou - Glide 오합지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연락부터 돌렸다. 잠결에 받은 음성들이 걸걸했다. 아 왜 깨우는데. 잠 투정에 가까운 말들이 뒤따랐다. 일단 세수하고 여기로 와. 동시에 피시방 주소를 찍어 보냈다. 주소를 확인한 반응들은 대개 비슷했다. 엥 게임하자고? 말도 안 되는 추론을 펼치는 걸 더 듣지 않고 ...

BGM. Oasis - Stand by Me (Remastered) 오합지졸 무슨 정신으로 비탈길을 내려왔는지 가물가물했다. 이미 동이 튼 지 오래였다. 일출을 넘어 이젠 한낮과 다를 바 없는 일광이 적막한 도로를 내비췄다. 몰아치듯 숨을 쉰 이동혁이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땀을 문질러 닦았다. 아 뭔 일이 있었는지 꿈 같네. 잘 벌어지지도 않는 입술로 겨...

BGM. 푸디토리움 - If I Could Meet Again (Live) 오합지졸 약도를 건네준 이민형은 그날 이후 꼬박꼬박 학교에 출석했다. 가끔 국가 재능교육원 내부 일이나 외부 행사가 있어서 몇 번씩 결석하던 때랑은 달랐다. 혹시 그 병 때문에 그래? 전언을 부탁받은 이제노가 대신 물었을 때 이민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했다. 겨우 그거 가지고 그럴...

BGM. 좋아서하는밴드 - 봄을 닮은 너는 오합지졸 두 사람에게 붙잡혀 꼼짝도 못 하는 나재민을 빼냈다. 가자. 말을 뚝 잘라먹고 나재민을 데려가는 짓에 데리고 있던 둘은 앞을 가로막았다. 뭐 하세요? 황당한 얼굴에 비례하게 언성이 높았다. 뭔 일 있어? 정작 나재민은 태연했다.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. 앞을 가로막은 두 사람을 보기 좋게 지나쳤다. 재민아!...